50. 작은 어둠 토씨

나만 이런 걸 느끼는 걸까 하고
정말 궁금한 게 난 몇가지 있다.
정말 나만 이런 걸 느끼는 걸까?


28-1. 붙임붙임 토씨

멍멍이는 솔직히 다른 이름을 붙이려고 많이 애썼다. 하지만 더 이상 좋은 아니 이거다 싶은게 떠오르지 않았고 오히려 멍멍이라는 이름이 <이거다 싶다>라는 명제에 자신을 맞춰버렸고 난 그걸 두손 놓고 그냥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이름을 짓거나 붙일때 어떤 건 기발하거나 신기한 이름이어야 할 거 같고 또 어떤 건 친숙한게 더 나을거 같고... 이런 선택의 느낌은 어느나라에서 와 내 마음을 방문하는 걸까?


풍경사전

요 동네에 이런 골목길도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빈 버스도 여기저기 세워져있으니까 더더욱 고즈넉(고즈넉이라~ 고즈넉이라는 단어는 참...)해보였다.

"..."

우리 형이라면 한참 주위를 둘러보지 않았을까 싶다. 뭔가 그 특유의 설레는 눈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난 단지 편의점 찾는 시간이 잠깐 길어졌다는것 뿐이지만 말이다.

 

"해가 질랑말랑한 6시쯤에 방에서 혼자 이 노래 듣고 이 노래에 빠져봐라. 헤리 닐슨 거 들으면 아마 울음 나올걸?"

울음이고 뭐고 노래 제목이라도 알려줘야 할거 아냐라고 내가 말하려니까,
"넌 들어도 이해못해 붕신아."   
 

미친 바람이 부는 밤! 보름달과 야트막하고 동그란 언덕과 언덕 꼭대기에 고목나무 하나... 그리고 내리막 길을 따라 갈대숲이 길 양편으로 무질서틱의 가면을 쓴 질서정연하게 나 있는 그림을 난 머릿속에 그린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저절로 이런 게 그려지는 것이다. 강박관념이나 건강하지않은 낭만일까?
"헛소리 좀 하지마 미친 놈아."
"뭐 이 자식아? 졸라 데프콘 닮은 새끼가 죽고싶냐?"
나도 받아쳤다. 우리 늘 이런 식이다.

“뭐 이 새끼야? 무질서틱? 이건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이냐?”


"이번 글은 욕으로 도배할라고 그러냐?"
혜리가 말했다.

 

비누는 나한테 좀 이상하다. 아니 비누각도 아울러 비누와 비누각 이 두 공산품들은 나에게 좀 특별하다. 특별하게 생각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도 아닌데도 이 두가지 사물은 나한테 이상한 방식으로 다가와 자기 존재를 내 마음 속에 각인시킨다. 왤까? 하고 많은 공산품 중에서... 내가 범신론자라도 된단 말인가? 스스로를 범신론자인체 여기고 그걸 돋보이게 하려는 수작인가? 그런 허영과 가식인가?
"너야말로 가식의 종합선물세트지. 완전체야 완전체!" 

비누가 비누각 속에 물하고 같이 흥건하게 담겨있는 모습을 보면 참 이상하게 마음이 편치않다. 이건 스스로가 동정심(무엇을 향한?)이 많은 인간인체하고 싶은 건가? 그렇지만 그것도 이상하다. 그런 가식이나 허영이 있다면 온갖 모든 무생물한테 그런 마음이 향해있어야 할텐데 그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그 타고난 쓰임새를 헛되이 낭비해버리는게 되는(누군가의 부주의로라고 덧붙인다면 누군가가 누구인지 그것도 밝혀야 할까? 아니면 불특정 다수니까 걍 넘어가도 될려나) 그 상황 자체가 누군가의 부주의로) 못마땅해서인가? 그런건가?

"..."
비누각 가장자리나 바닥 옴폭 파진 곳 여기저기에 다닥다닥 달라붙은 비누똥이 왜 굉장히 보기 싫고 눈살까지 찌푸려지는 걸까? 난 내몸도 꼼꼼하게 씻는 편이 아닌데, 내가 쓰는 방도 건성으로 쓸고 닦는 편인데... 비누각의 요철에 붙은 비누똥을 제거하고있는 나의 손가락을 나는 매번 발견한다.

"비누각은 대개 플라스틱이지. 왜 그런지 한번 생각해본적 있냐?"
공산품(industrial products)이란 무생물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레벨일텐데 이 무슨 감정이입일까?


"네이버나 다음에 비누각이라고 치면 엄청나게
 많은 이미지가 쏟아져 나올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어서 좀 의외였어 언니. 근
데 이 오빠가 느낀 감정이입은 어떤 종류의 것이었을까? 보기싫다 한가지인가? 보기싫다+마음이 언짢다일까? 아니면 보기싫다+마음이 언짢다+깨끗하게 해주고싶다 이쪽인가? 그것도 아니면 보기싫다+마음이 언짢다+깨끗하게 해주고싶다+하지만 귀찮다인가?"
유리가 말했다.

돌맹이에 마음이 있다면 지금 내 마음 속이 그것이리라 라는 말로 이만 내 비누강좌를 마치려한다-_-.
"하여간 이런 별 쓰잘데기 없는 집요함은 좀 있단 말이야."
데프콘이 말했다. 칭찬이야 뭐야?

 

클래식한 혹은 속물적인(그렇다고 덮어놓고 비웃거나 비난할 정도는 아닌) 우리나라 사무실 모습... 고급스런 카펫과 까만 가죽쇼파와 키 큰 관엽식물 등등... 하지마 써 놓고보니 역시 어찌 구태의연하다는 말을 피해가랴! 속물근성의 샘플이라는 물벼락을 어찌 뒤집어쓰지않을 수 있으랴!

 

내 불뚝성과 욱! 하는 광기에 의해 산산이 부서져버린 파란색 볼펜 하나. 무생물에 불과하다고 어차피! 뭘 그리 신경 쓰나! 이렇게 자기 위로 해 볼까?

 

이 노란 셀룰로이드 장판이 왜 이리 내 마음을 끄는지 모르겠다. 이 운동장의 물웅덩이들이 왜 이리 내 마음속에 남아있는지 모르겠다. 왜 퍼질러 앉아서 나갈 생각을 안하는 걸까?

 

계단에 앉아있는 여자 잔등에서 묘한 냄새가 났다. 여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걸까?


"여자친구야?"
"아니, 모르는 여자일걸?"
유리가 말했다.
 

이 유리컵의 사소하고 단순한 무늬가 왜 이렇게 필요이상으로 내 눈에 밟히나? 별로 섬세해 보이지도 않는데...

 

1. 온 동네가 어둑어둑해져 갔다.

"..."

아, 난 왜 이런 풍경이 좋은걸까? 왜 난 이런게 더 마음을 끄는 걸까? 그냥 다른 사람들같이 예쁜 그림이나 아름다운 집을 보고 환호하거나 감탄하면 그냥 알기쉽고 간단할텐데...
"..."

약간 과장하면 이 까닭을 알고싶어 미치겠다!


2. 낮에서 밤으로 홀라당 넘어가 버리는 이 시각... 이 어중간함...
"!!!!!!!!!!"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무섭고 두렵기도 하다. 난 새까만 크레파스로
 박박 칠한 것같은 밤보다 이런 게 더 공포스럽다. 


3. 낮에서 밤으로 홀라당 넘어가버리는 그 시각의 어중간한 어둠이 난 왜 이렇게 좋은걸까? 그 기분을 아주 조금 과장하면 그 새까만 공간속으로 내 영혼이 꺼져들어가버릴듯하다.

 

"백열전구같이 은근히 밝은 빛이 좋아. 마음이 차분해지거든. 그림 아니 그리움은 덤으로 받는 선물이지."

우리 형이 말했다. 그리고 또 말했다. 

"이 의자는 다리 하나가 망가졌기 때문에 사람들을 따라 이 집을 떠나지못했던 거야."

 

옥상의 절반은 응달 나머지 절반은 양달이었다. 이런 거야 말로 대표적인 겨울풍경이리라.

"..."
춥다 근데.
 

초등학교 여름방학 때던가 외가집에 놀러갔을 때 한밤중에 잠에서 깨 오줌 누러 나왔는데 마당이 대낮처럼 환했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내 마음속에 선명하고 명확하게 남아있다. 아무리 작은 벌레나 돌맹이라도 또렷하게 볼수 있을 정도였다. 달빛이 도대체 얼마나 밝았던 걸까?

 

어렸을때 기억 얘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봄 햇살로 샛노랬던 내 방도 기억난다. 모든 창문과 방문은 닫혀있었다. 밀페돼 있다는 게 키포인트(key point)일까?

 

기차 창밖 풍경은 확실히 버스하곤 좀 다르다. 신기하고 그리운 무엇이랄까? 하지만 솔직히 10분 보면 질린다.

“신기라고 그립다라. 빵점짜리 표현력이네.”

데프콘이 말했다. 인정한다. 근데 왜 얘가 이런 말하기 전까지 난 그걸 전혀 느끼지 못했을까? 나같이 예리한 칼날이... 

 

눈이 잘 녹지않던 그 골목... 이런 골목을 난 머릿속에 떠올리면 온몸의 살갗이 떨어져나갈듯한 동시에 그리움의 늪에 젖어든다 아니 빠져든다. 이런 게 내 형과 나의 차이리라. 우리 형은 이런 양면성은 없으니까...

 

아무 생각없이 일어나다가 머리를 부딛힐수도 있을 정도로 천정이 낮은 방이나 나 혼자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통로 그런 곳이 난 싫지않다. 쳐다볼때마다 아늑하다거나 안정감을 매번 느끼는 건 아니지만 그게 싫지않은 건 또 분명한 것 같다.

 

70년대식 건물이어도 90년대식 건물이어도 어떤 한옥이든 어떤 양옥이든 어떤 양식의 건물이어도 상관없다. 그런 건 중요한게 아니다. 단지 비어있기만 하면 된다. 속이 비어 있는 사각형이거나 직육면체이기만 하면 된다. 가구가 보기좋게 정리돼 있어도 좋고 모두 치워져 아무것도 없는 빈 방 아니 공간이어도 상관없다. 그렇게 가구가 치워진 상태에서 벽지나 스위치같은 것만 멀쩡하게 남아있으면 더더욱 좋지만 뭐 그게 아니어도 괜찮다.

바닥엔 버려진 책이 두서너개 눈에 띄일 것이다. 용도가 지난 참고서나 달이 지난 월간지겠지. 물론 그런게 아닐수도 있을것이고 아니어도 아무 상관없다. 아니아니 굳이 이런 모든것이 아니어도 좋다. 다시 말하지만 비어있기만 하면 되고 그게 우리가 집이라고 부르는 것이기만 하면 된다. 그 안에서 내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이리저리 소요(逍遙) 아니 왔다갔다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베란다(veranda) 혹은 발코니(balcony)라고 영어이름으로 부르는, 그리고 따지고 보면 오로지 서양문화권에서 탄생한 건물구조의 일부분일 그 공간을 나는 좋아한다. 좁으면 좁은대로 좋고 넓으면 넓은대로 좋다. 바닥타일같은게 깔려있어도 좋고 미장아저씨들이 미장질만 하고만 맨바닥의 색깔이나 느낌도 좋다.

고급나무가 깔려있는 고급스런 느낌이어도 뭐 나쁘지않고 내 나이 또래라면 어렸을때 겨울 방바닥에 뒹굴며 숱하게 보았을 노란 합성수지 장판이 깔려있는 베란다라도 상관없다. 단지 베란다라는 공간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화분같은게 있어도 좋고 집에서 더이상 사용용도가 지난 생활용품들이 아무렇게나 몇개 널려있어도 좋다.

"그 베란다 바깥에 난간있잖아 그것도 좋지않아? "

"?"

"그치?"

난 다그쳐물었다. 상대방이 부담스러워할거라는 걸 뻔히 알면서...


"베란다, 발코니, 테라스, 다 비슷해보이지만 각기 다른 용어들이다. 일반 아파트의 거실 앞에 건물 밖으로 돌출된 공간은 발코니다.
베란다는 아래층과 위층의 면적 차이로 생긴 공간을 뜻한다. 위층 면적이 아래층보다 작으면 아래층의 지붕 위가 위층의 베란다가 되는 셈이다. 2층짜리 단독주택에서는 2층에 베란다가 있을 수 있지만 일반 아파트는 베란다를 만들기 어렵다. 위아래층의 면적이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테라스는 뭘까? 테라스는 실내 바닥 높이보다 20cm가량 낮은 곳에 전용정원 형태로 만든 공간이다. 성격상 1층에만 설치되며 지붕이 없이 대지 위에 만든다."

유리가 말했다. 아니 네이버지식을 소리내어 읽었다.
 

오늘따라 아니 벌써 사흘째 하늘은 회색 크레파스만 끝없이 덧칠되어져 있을뿐이다. 어째 저래 여러번 칠해 놓은지 모르겠다.

 

이것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으면 기분이 좀 희한하다.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측면 쪽을 봤을 때 그 기분은 더 짙다. 뭘까? 왜 이런 단순한 구조물에 내 마음이 호응하는 건가?

"계단이 뭐 그리 신기하다는건지..."

내가 날 이해못하니 다른 사람의 이런 반응도 난 이해가 가고도 남을 수 밖에...

 

우리나라는 모든 동네가 비슷비슷하다. 아니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아니 비슷함과 다름이 같이 섞여 있는 것 같으며 특히 동네 애들한텐 더 그렇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왜 있잖은가 옆동네에 갔을 때 혹은 우리 동네와 이웃동네의 경계점에 갔을때, 또 버스를 타고 가다 창밖을 스치고 지나가는 이름모를 어떤 동네의 집, 담, 골목 등등을 볼때 그 이상하고 약간은 불안감마저 드는 그 기분 말이다.

"글쎄 난 뭐..."

이 이웃동네와 이 이름모를 동네를 이루는 모든 구성요소들이 나에게 거의 완벽한 낯섦을 던져주고  어떤 불안감을 너무나 부드럽게 내 몸속에 스며들게 만드는 것이다. 그 이질감이라니!

"모르는 동네에 가면 당연히 낯설지."

내 실수에 내 잘못이다. 이 녀석과 내 주위사람들 탓이 전혀 아니다. 난 왜 이렇게 핵심을 못잡고 가장자리에 한쪽 발만 걸쳤다 뗐다를 되풀이하고 있는 걸까? 뭐가 부족한걸까? 솔직함? 용기? 진지함? 아니면 그냥 단순한 집념이?

"용기?"

그러고보니 용기는 좀 뜬금없다. 왜 이 단어까지 묻어나온 걸까?

"대포콘 아니 데프콘은 어디가고 이 오빠 말 받아주는 사람이 순둥이 총각으로 바뀌었냐?"
"뭐? 순동이 총각?"
유리는 어이없어하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 형은 비어있는 큰길이나 큰 도로를 쳐다보는걸 좋아하는 것같다.

“…”

나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편집증적이다.

 

우리 형이 흐린날을 좋아한다고 하니까, 바람이 약간 있는 흐린 날을 좋아한다고 하니까,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내 흐리기만 한 날을 좋아한다고 하니까, 비가 올듯올듯해 보이는데 결국 해지고 어두컴컴해질때까지 한방울도 떨어지지않는 그런 흐린날을 좋아한다고 하니까, 햇빛 쨍쨍한 날보다 흐린날이 더 낫고 더 자기 마음에 들어온다고 약간 과장을 하니까, 그런 날엔 마음 안쪽 벽 여섯 곳 모두가 흐린 하늘과 흐린 산 흐린 동네로 가득 차 멋지고 휘황 찬 장관이 된다고 왕창 과장을 하니까 모두들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는 것이었다.
"니네 형 죽인다..."
데프콘이 말했다. 이 자식도 웃긴 놈이다. 그게 뭐 부러워할 만한 거라고...

 

옥상이라는 공간은 글쎄...

"옥상이 어때서?"

뭐랄까? 좀 그렇다. 아무리봐도 이상한 곳이다. 그 이상한 접근방식이라니~. 이상한 접근법으로 사람의 손을 슬그머니 잡고 그 마음의 방문을 두드리고 혹은 몰래(그러나 아주 자연스럽게) 방안으로 들어와 벽에 등을 기대고 슬그머니 앉아 날 쳐다보는 것이다. 이 어찌 이상하지않은가!

 

해바라기는 이상한 꽃이다. 이름도 이상하고... 키가 크고 줄기도 굵은 편이라 그런지 일단 건강(강건)하고 튼실해보인다. 그와 아울러 강렬함이라는 요소가 내안으로 들어오는데 이 강렬함이라는게 어째... 좀 그렇다.

노란색이 강렬하면 얼마나 강렬하단 말인가? 강렬하다라는 형용사는 다른 원색들에게 훨씬 더 바람직한 쓰임새가 있는 말아닌가! 대체 노란색 계통의 색상에 강렬하다는 것이 어울리기나 하나! 가당키나하나!

 

길을 걷거나 플랫폼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거나, 옥상에서 바람을 맞고 있을때 간간이 어떤 평범한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은 건물의 한쪽 벽이나 한쪽 면인데 대부분 아니 거의 다 창이 있는 쪽이고 발코니나 베란다 또 좁은 복도가 있는 쪽이다.
 
"쩝! 좀 지루하다."
혜리는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유리는 순순히 인정했다.
"하긴, 단순한 패턴이 넘 반복되고 있으니..."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정말 지극히 평범한 모습인데 이 평범한 그림이 날 붙드는 것이다. 왜인가? 왜 하루에도 수억번 스쳐 지나가는 바깥세계의 객관적인 모래알같은 사물 중에 이런 광경만은 왜 특별하게 내 눈을 끄는 것인가! 왜 난 이런 특정한 것에 이리 확실하게(사람에겐 확실한 느낌이 없는게 일반적인 것아닌가?) 붙들리나? 저것도 일종의 상징인가? 아니면 그 자체로 의미있는 무엇인가?

 

이 빗금(빗금이라는 단어밖에 생각나지않는다), 빗금의 총합, 이 쏴-하는 소리는 도대체 무엇인가? 어떤 이름의 파편조각이고 어떤 문으로 들어가는 비밀의 열쇠인가? 언제 어디쯤에서 가지치기해 나온 자연의 미아인가? 만약 <서정성>이라는 것이 인격체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이라면 나는 이 직선 아니 빗금과 이 쏴-하는 소리에서 그 가벼운 손짓 끄트머리를 보고 있는 게 아닐까?

 

성당에 들어섰다.

"..."

의자 몇쌍. 아니 벤치라고 해야하나. 어쨌던 그런게 있다. 마당같은 공간에는 의례히 있는 그런 것말이다.

"..."

앉아서 쉬기에는 좋은 자리이다. 누구에게나... 어렸을때부터 온가족이 천주교에 다녔다는 데프콘한테도, 22살 먹어올때까지 성당은 커녕 교회라곤 데프콘 불알친구를 따라 두세번 온게 전부인 나에게도...

"..."

공평하다.


"불알친구가 뭐냐?"
"언니가 순둥이총각이라고 말한 그 오빠잖아."
"아니 그 말이 아니라..."
말끝을 흐리는 건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다는 건가 아니면 단순히...
 

1. 흐린날은 이상하다. 날은 흐린데 눈에 보이는 주변환경은 오히려 뚜렷해보이는 것이다. 왤까? 색상이 없으니 명도가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걸까?

 

2. 하얀 빨래가 날리고 있었다.

"..."

흐린 하늘을 배경으로 플라스틱 의자 하나만 덩그러니 있었는데, 그 플라스틱의 색은 어정쩡한 붉은 색, 싸구려느낌이 물씬 풍기던 붉은 색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니 기억해라!

 

3. 흐린날의 축담길 같은 건 안정감이 있다.

 

투박한 모양인데다 누르면 분명한 소리가 나는 버튼을 가진 카세트라디오. 기계에 왠 감정이입인가?

 

그런데 말이야 창틀은 목재였으면 좋겠다. 유리창은 끼여있든 없든 별 상관없지만 내가 사는 집 창틀은 목재였으면 좋겠다. 짙은 색깔의 목재였으면 더 좋겠다. 그 창틀로 넓은 잔디밭이나 큰 길같은 거를 내다보면 좋겠다. 지나다니는 사람은 한 두사람 정도면 좋겠고...

 

아침밥인가 점심밥인가 먹고 난 다음에 창밖을 바라보고 있을때, 아직은 없는 그리고 어쩌면 영원히 없을지도 모를 내 딸아이가 담장 밑의 담쟁이잎을 따 햇빛속에서 혼자 유심히 쳐다보고 있어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초코파이를 베어먹으며 올라갔는데 이름모를 여중생이 타박타박 내려오다가 우리를 보고 얼굴을 붉히며 눈을 내리깔았다.

"히히. 둘 중 하나가 데포콘 오빠는 아니겠네."
혜리는 입 가리고 웃는 모습이 귀엽다.

 

"어, 고양이다!"

내가 외쳤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쉽게 볼수있는 바로 고 색깔과 고 얼룩이었다.

 

"넌 왜 <그>를 자꾸 <고>라고 써?"

"말했잖아. 내가 <그>라는 단어를 별로 안좋아한다고."

유리가 말했다.

 

빈 버스들이 늘어서있는 도시의 변두리길을 걸어본 적이 있나요? 아님 말구요.

"재활용 쩐다."
"입 안 다물어? 죽을래?"
유리가 말했다.

 

그런 짙은 가을길을 걷고 있는데...

"아, 젠장! 글 꼬투리를 읽어버렸네."

유리가 말했다.
 

이 여자는 긴 치맛자락을 무릎 위까지 걷어올리고 물에 들어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물도 그다지 안 깨끗해 보였는데...

 

바탕화면 휴지통 속에서 종이 꾸겨지며 비워지는 소리.

 

일요일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쳐다보니까 비가 내리고 있었다.

"..."

아, 이 기분을 뭐라 해야 하나?

"아이구, 간신히 찾았네!"

유리가 말했다.
 

이 나무의 잔가지들은 이웃집 담벼락의 하얗고 두툼한 모서리와 세가닥 평행한 전선줄 그 사이 삼각형 공간 안에 아주 정확하게 위치하고 있다.
"..."
시간은 오전 10시. 난 일요일 오전이라는 시공간을 혐오한다. 나자신이 쓰레기라는 게 너무나 확실하게 증명 돼 버려서... 게다가 햇빛이라도 있는 날이면 거의 최악이다.

 

"가윗날 오므릴 때 말이야 오른손 속에 전해지는 약간 빡빡한 그 감각 그게 난 아주 좋거든."
"미친놈이 꼴값을 떨어요."
하지만 나 역시 데프콘처럼 그 감각을 사랑한다.

 

어디서 햇빛이 비쳐 들어오는 것도 아닌듯한데 입구의 안쪽은 적당히 밝고 또 적당히 어둡다. 어둡다기보다 적당히 흐린 자연조명이었고 또 햇살이 들어오는 곳도 간간이 나타난다.

 

빗물이 흐르는 창문을 내 방에서 한참동안 쳐다보고 있으니까 내가 어느새 그 창문이 되어있는게 아닌가.

 

우중충한 하늘 아래에 끝없는 사막같이 펼쳐진 바다 향해 뻗어있는 목조다리... 

"..."

혹시 사람의 마음 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그 풍경도 저런 것이 아닐까?

 

나뭇가지가 도로 위까지 뻗어있었는데 그 나무에서 떨어진듯한 낙엽이 2차선도로 양쪽가로 치워져있었다. 모두 젖어서 되는대로 겹쳐져 있었다. 40분쯤 걸으니까 녹색 버스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반가웠다.


난주 이야기

난주가 선풍기를 사왔으므로 치수는 이걸 받아야할지 말아야할지 난감했다.
"뭘 그렇게 봐요^^?"
"이거 얼마 주고 샀어요?"

'참 어지간히도 은행잎 좋아하는 여자네."

치수는 약간 어이없어했다.


묘한 꿈

나는 이상하면서도 서정적인 꿈을 꾼다.

 

"이건 소설은 아니고 단어장이야. 이걸 어떻게 소설이라고 할수있겠어?"

유리가 말했다.

 

나는 이상한 꿈을 꾼다. 자주는 아니고 가끔이다. 그래서 아쉽다. 솔직히 자주 꾸었으면 좋겠는데...

 

어제 이상한 꿈을 꿨다. 중학생 때나 꾸었을 법한 꿈이었다.

 

"왜 그런 이상한 데서 죽었어요?"

하루종일 기분이 착잡했다. 친구 가운데 하나인 B를 오후 늦게 만났는데 왜 기분이 그러냐고 뭔 일 있었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그 여자(같은 단체에 있긴 했지만 서로 거의 말도 안하고 가끔 눈이 마주치면 눈인사만 하는 사이였다)는 왜 그런 이상한 꿈을 꾸었을까? 그 꿈속에서 난 도대체 뭘 했던 걸까?

 

요건 어째 재히스러운데?

혜리가 말했다, 유리는 이렇게 응수했다.

세상에 재히 같은 타입의 여자가 찾아보면 한둘이겠어?

 

복도와 방들의 끝없는 연속이었다. 복도+방+복도+방... 이런 식 말이다. 그리고 복도엔 이따금 액자가 걸려 있었는데 내가 나와 있긴 했지만 찍은 기억이 없는 사진들이었다. 그러나 난 꿈속에서 감동스러워하고 있었다. 혼자 멋대로 그리워했고 혼자 멋대로 애잔해하고 있었다.

 

가끔 이상한 꿈을 꾸는데 쓰기도 이상하다. 기억도 잘 안 나고... 왜 그런 꿈을 꾸는 걸까? 다른 사람도 그런 이상한 내용의 꿈을 종종 꾸는 걸까? 내가 그들에게 물어봤 을때 그들이,

"암~"

하고 고개를 끄덕여주었으면 좋겠다. 아니아니 그런 이상한 꿈은 전혀전혀 꾸지않고 꾼 적도 없다고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확신시켜주었으면 좋겠다.

 

"도대체 뭔 소리냐? 딴사람들이 맞장구 쳐줬으면 좋겠다는 소리냐 안쳐줬으면 좋겠다는 소리냐?"

혜리가 말했다.

 

어제 꿈을 꿨는데 원피스차림의 어떤 여자아이가 무슨 일이세요라는 표정으로 방 같은데서 나왔는데 표정엔 웬지 두려움도 같이 있었다.

"..."

하루종일 꿈속의 그 여자아이의 눈 속에 있던 두려운 표정과 당황한 얼굴이 내 안에 있었다. 내가 뭐라고 했길래 그렇게 당황했던 걸까?

 

가끔 꾸는 이상한 꿈들. 꿈이 다 그렇다지만 그 꿈속에서 내 주위사람들은 이상하고 논리적으로 맞지않는 행동들을 했다. 만약 그것이 잠재의식의 표출도 아니라면 그런 것들은 도대체 뭘까? 니체 그 양반 지적대로 우리들은 고대인이었을 때엔 잠에서 깨어있을 때도 그렇게 온통 비논리적으로 행동했던 걸까?

 

청록색 버스는 이상한 곳을 가고 있었다. 운전사도 없이... 승객은 나와 어떤 여자의 뒷모습뿐이었다. 

 

나는 꿈속에서 어떤 여자와 헤매고 다닌다. 그녀는 어디선가 본적이 있는 것 같은 여자이다. 그러나 꿈에서 깨고 나서 확실히 되짚어보면 그녀는 내가 살아온 삶과는 전혀 상관없는 여자였음이 분명했다. 그런데도 꿈속에선 마치 어디선가 분명히 본 듯한 여자인데 기억이 나지 않는 것으로, 기억을 못하는 것으로 내가 여기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자꾸 어디로 사라지는 거에요?"

그 여자는 울먹거렸다. 나는 어떻게 설명해야할줄 몰랐다. 그녀는 내 꿈속의 인물이고, 내가 꿈에서 깰때마다 어두운 동굴속에 그녀를 혼자두고 사라진다는 것을, 다시 내가 꿈을 꿀때마다 그녀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수 있단 말인가!

"우...울지 마세요."

나는 점점 쇠약해졌다. 이러다 죽는게 아닌가하고 덜컥 겁이 날 정도였다.

 

이상한 꿈을 꿨다. 정말 이상한 꿈이었는데 수풀같은 걸 헤치고 나가자 방공호같은게 있었는데 문은 그냥 일반 가정집문이었다. 난 어떤 아이의 안내를 받아 들어갔는데 안엔 예닐곱명의 아이들이 더 있었다. 모두 여자아이였고 모두 초등학교 저학년쯤 되어보였다. 주위엔 책이 이상할정도로 여기저기 쌓여있었는데 하나같이 1m가 넘는 높이였다. 그리고 다른 짐들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 참 복잡하네."

아이들은 각기 무슨 숙제같은 걸 하며 은근히 내 눈치를 살피는 것이었다. 내가 한 아이의 공책을 봐주자 이내 나에게 모두 몰려왔다. 그런데 그만 거기서 깨어버렸다.

"..."

난 그 꿈을 다시 꾸고싶어 미칠지경이었다. 그러나 다시는 그런 꿈을 꾸지못했다. 내가 83세로 여생을 마칠때까지 60년동안 단 한번도....

"우와! 이 남자 그렇게 오래 살아?"
혜리는 열린 빵봉지만큼 입을 벌렸다.
 

매일 연속씨리즈로 꿈을 꾸니까 어떤게 진짜 현실인지 구분이 안갔다. 난 기뻐서 어쩔줄 몰라해야 하는걸까? 묘한 기분에 휩싸여야하는걸까?

 

나는 입이 딱 벌어졌다. 거짓말않고 몇분간을 꼼짝않고 건너편의 한 여자에게 눈이 박혀있었다. 더욱 섬뜩했던 것은 그녀 역시 그런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내옆의 친구들이 날 몹시 이상하게 여길 정도였다. 이런 일이 정말 있을 수도 있구나.

저 위에 울먹거렸다는 여자있잖아. 그 언니를 실제로 깨어있을 때 본거야 이 오빠.

유리가 말했다. 아니 보충설명해주고 나섰다.

 

나는 날마다 어떤 여자와 함께 있는 꿈을 꾼다. 우리는 매일 조금씩 어떤 계단을 오른다.

 

"아, 이정도면 자기들이 알아서 이야기를 만들어가야할텐데 꼼짝을 안하네 이사람들이."

유리가 말했다. 아니 투덜거렸다. 좀 심하게 무책임하긴하다. 차려만 놓는다고 다ㄴ가? 은근히 날강도 심보야^^.

 

오늘 꿈은....이거 참 뭐라고 해야 하나...그러니까 내가 죽은 꿈이었다. 교수형을 당하는 꿈이었는데 목에 끈이 걸리기까지 그리고 내 몸이 공중에 붕 뜨리라는 걸 짐작했을때의 그 공포는 상상도 못할 정도의 크기였지만 정작 로프가 목을 졸라올때의 고통은 거의 없었다.

"우..."

그리고 나서 무슨 교회음악같은 게 들려오고 죽은 영혼인지 투명한 사람들이 땅(내가 있는 곳은 스타디움같은 곳이었다. 날 죽인 사람들은 00였고)에서 하늘로 아주 완만하게 떠오르는 모습이 보였다.(순간 나도 이사람들처럼 죽은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음)

"우..."

내 죽음을 확신할수없어 가족이 사는 집(어떤 언덕위에 있었음)으로 뛰어올라갔다. 방엔 아버지,어머니,동생, 그리고 알수없는 사람 두세명이 같이 자고 있었는데 일단 가족을 깨웠다. 다행히 날 알아봤다. 그렇지만 뭔가 좀 탐탁찮은 기색이다. 단지 잠을 깨워서인가 아니면 다른 무엇때문인가.

"우..."

아, 그리고 약간 헷갈리는 건 집으로 찾아가기 전에 꿈에서 팍 깼는데(날아다니는 유령을 본 다음에 깼다) 이게 좀 확실치가 않다. 그냥 하나의 꿈이었는지 아니면 꿈속의 꿈이었는지 애매하다. 잘 기억이 안난다.

 

솔직히 기묘한 꿈이라는건 말이 돼도 서정적인 꿈이라던가 기묘하면서도 서정적인 꿈이라는 건 말이 안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그런 꿈을 분명히 몇번 꾼적있다. 물론 꿈이 원래 그렇듯 중간중간에 말도 안되는 설정이나 장면전환, 밑도끝도없이 황당한 심리변화와 근거세우기등등이 끼어있었지만 잠이 깼을때 상당히 오랫동안 머리속 가슴속에 여운이 남아돌정도로 이상한 서정성으로 감염된 꿈들이었다. 지금은 거의 기억조차 나지않는것 또한 기묘하다.

"그러니까 네말의 요지는 슬픈 꿈을 꾸고 싶다는거야?"

B가 말했다. 그런건가?

 

얍! 첫머리 첫문제 제기로 훌륭히 돌아왔당께롱~.

유리가 말했다. 약간 장하다는 투다. 아니면 다행이라는 투던가...

 

이런 이상한 생각도 솔직히 든다. 그 꿈들이 기억나지않는 까닭은 그 꿈 자체나 그 꿈을 이루는 요인이나 혹은 하나의 원인이 간섭이나 방해를 받아서가 아닐까? 그러니까 이 꿈들이 내 의식의 수면위로 다시 고개를 드는 일이 없게끔 물밑에서 그 발목을 잡고 있는 건 아닌가 말이다. 그래서 내가 그 꿈들을 그렇게 빨리 잊었고(잠을 깼을 당시의 그 강렬한 잔상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기억을 못하는 건 아닐까?

"볼펜 좀 그만 돌려."

만약 이 가정이 사실이라면 도대체 이유가 뭘까? 그런 꿈은 소위 불건전한 꿈도 아니지 않은가.

 

B오빠, 힘 좀 내봐. 이건 넘 직무유기잖아.

유리가 말했다.

 

꿈은 처음이 없다. 아니 처음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날 밤 꿈의 첫장과 첫장의 첫문장을 기억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나는 어떤 저택의 홀 같은데에 서 있었는데 밖으로 나오자 폭이 넓은 계단이 마당에 아니 끝없이 펼쳐진 텅빈 공간에 이어져있었고 계단 위에서 오누이로 보이는 아이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니 장난을 치고있었나? (어쨌든 난 그 공간 속으로 걸어나갈지 아니면 그 여자애들 붙잡아서 희롱을 할지~ 동생 애는 죽여버려야 하나?)

 

그것 참! 묘하게 현실감이 있는 꿈이었다. 깨고 나서도 한참이나 그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하지 못했다. 

 

앞 이야기는 잘 생각이 안 나고 B와 또 친구 하나와 함께 같이 길을 걷고 있었다. 막 지구 멸망이라도 할 듯한 우중충한 하늘에 기분도 이상했다.

 

부엌 옆에 베란다가 있는데 그 열린 문 사이로 앞 아파트에 있는 사람들이 밖으로 떨어지는 거에요. 머리부터 떨어지는 건 아니었는데 이상하다 이상하다 싶었어요.

 

내가 과외를 가르치는 중학생 여자애가 꾼 꿈이다. 애가 좀 발랑 까졌으면어도 재밌는 애다.

제가 어제 꿈을 꿨는데요. 정확하게는 뭐 오늘 새벽이겠죠^0^.

 

추운 겨울날이었다. 다리가 아파서 절절매고 있는데 마침 의자가 보였다. 담 앞에 두개가 놓여있었는데 나는 그 중 하나에 앉았다. 물론 이상하다는 생각이 안 든 건 아니었다.

그런데 조금 있으려니 한 늘씬한 여자가 지나가다가 내 옆 의자에 엉덩이를 살짝 붙이는 것이었다. 난 괜히 00해져 의자에 앉은 내 몸을 바로 했다. 그리고 꿈에서 깼다. 이런 빌어먹을! 비단 여자하고 같이 있은 그런 상황뿐만 아니라 그걸 아우른 분위기 전체가 정말 마음 야릇-차분하게 했었는데... 그런 꿈이었는데...

 

낡고 으슥한 건물의 뒤쪽으로 돌아가니 여러 개의 출입문들이 층마다 보였다. 그런 꿈이었다. 그중 어느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비교적 정리가 잘 되어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창고나 마찬가지인 방이었다. 크기도 일반 가정집 화장실마다 조금 큰 수준이었고

이상한 건물이다. 연립주택 한동 정도의 크기같은데 3층건물이며 방은 모두 2.30여개정도 되어보인다. 건물의 사면은 모두 베란다가 달려있는데 그게 또 이상한게 그 끝 모서리들이 포크레인끝으로 긁어놓기라도 한것처럼 뜯겨있다. 그리고 그 밖으론 끝없이 펼쳐진 벌판인것이다. 아무것도 보이지않는다. 적당한 햇빛이 남아있는 오후날씨에 바람만 약간 있다. 그리고,

"..."
꿈에서 깼다.

박쥐는 당신이 속한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로부터의 전령이다. 꿈에서 박쥐를 보는 경우는 대단히 드문데 그렇지만 한 번 박쥐가 꿈에 찾아 들고나면 종종 박쥐가 나오는 꿈을 꾸게 된다. 왜냐하면 다른 차원의 존재가 당신에게 향하는 길을 알아낸 것이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당신의 삶은 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다른 차원의 존재에 의해 영향받게 된다.

사슴(특히 하얀 사슴) 역시 다른 세계로부터의 전령인데 박쥐와는 달리 다른 세계로부터의 단순한 호기심을 의미하므로 사로잡힐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마지막은 뭐야?”

“걍 어떤 책에 있던 거 옮겨 적은 거야.”

유리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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